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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뜀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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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동기를 찾기보다는 그냥 하자. 느려지는 것을 인정하고 현재의 상태를 받아들여야 더 오래 버티며 성장할 수 있다.
23.06.14 느려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계단 내려가다 종아리 안쪽을 다치고 나서 10일이 지났다. 아직 덜 회복된 게 느껴지지만 더 이상 쉬면 다시 시작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을 알기 때문에 나갔다. 조깅을 해야 하는데 가다 보면 불편함에 점점 평상시 속도를 쫓아가고 있다. 천천히 뛰면 몸이 더 편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몸이 베베 꼬이면서 자세도 이상해지고 템포도 흐트러진다. 제일 큰 건 아무래도 여태껏 빠르고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던 이 뇌인 것 같다. 느려야 오래 할 수 있는데 자꾸 버티지도 못할 욕심을 낸다. 오늘 정말 더웠다.
23.06.04 조급함 뭐든지 잘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익숙해지는 기간이 필요한데 항상 너무 빨리 도달하고 싶은 마음에 몸에 힘이 들어가니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힘들어지고 한 번 멈추면 다시 잇는 것이 어렵다.
23.06.02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불확실성 때문에 항상 너무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더 다행일 수도 있다.
23.05.24 취하는 것보다는 달리는 게 낫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 술을 마시는 상황을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경우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여러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관계 속에서 많은 소통을 하지만 그 말들의 대부분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되어 있다. 다들 뇌에 안전장치를 하나씩 달고 살아가기 때문에 모든 생각을 꺼내 놓지는 못한다. 이제부터 이 안정장치를 A 씨라고 해보자. A 씨는 아주 능력이 좋은 관리자이다. 매초 떨어지는 생각들을 빠르게 분류해서 내보낼 것과 내보내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한다. A 씨 덕분에 관계망 속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거나 잘 못해석 될 여지가 있는 말들을 쳐내며 살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말들은 보통 그 사람의 내면과 가깝게 위치해 있는 개..
23.05.22 효율을 추구하는 것에는 새로운 환경을 부여해야한다. 요 며칠간 여름이 되려고 발버둥 치는 날씨 덕에 감기에 걸려 헤롱헤롱한 상태로 지냈다. 나은 후에도 일교차를 핑계로 며칠간 달리기와 멀어져 있었다. 오래 쉬었으면 그만큼 에너지가 비축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몸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더 힘이 빠져있었다. 몸이라는 게 정말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놀라운 기관인 것 같다. 딱 필요한 만큼만 만들고 외부의 부하가 줄어드는 즉시 나머지 것들을 거두어 버린다. 그렇기에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큰 고통을 주고 이를 유지해 나가며 그 상태를 일반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주고 지속하는 것을 통해 적응할 시간을 벌어주어야 한다.
23.05.09 보이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100은 넘게 뛴 코스가 있다. 비록 트랙은 아니어서 거리가 일정 치는 않지만 어떤 구간마다 1km가 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오늘은 평균 페이스를 4자를 보고 싶어서 평소보다 한 10초씩 페이스를 당겨보았다. 분명 4km 까지는 4.54 페이스인 것을 확인했고 마지막에는 스퍼트를 올렸으니 더 당연히 시간 안에 들어온 줄 알고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5.05에 5km도 안 되는 것이다. 확인해 보니 중간에 인터넷이 한 번 튕겼던 것 같다. 왜냐하면 거리가 150m 정도 사라지면서 평균 페이스가 갑자기 증가했기 때문이다. 뛰고 나면 원래 숨은 차도 약간의 성취감이 있는데 오늘은 뒷 맛이 뭔가 찝찝했다. 집에 걸어오면서 땀이 좀 식으며 머리가 차가워지니 저 숫자가 뭘로 찍혀 있던 내가 뛰었던 거리와 시간은..
23.05.07 이정표를 세운다는 것 한 번이라도 가봤다는 개인적 경험이 있다는 것은 쳐지는 날에도 본인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된다. 어떤 대단한 등산가의 에베레스트 등반기도 동네 뒷산을 오르다 보았던 특이한 모양의 돌멩이만 못하다. '나'와 '생각' 사이에도 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순간에 결정에 있어서는 가까운 것에 더 의존하게 된다. 추상적인 생각들은 아무리 멋진 것이라도 먼 곳에 놓이게 되며 감정적인 생각들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곁에 두게 된다. 삶을 살면서 가장 가까이 놓이게 되는 것들은 스스로가 보고, 만지고, 숨 쉬었던 순간들이다. 감정적이든 육체적이든 힘든 순간에는 멀리 손을 뻗지 못한다. 그때 집을 수 있는 것들은 결국 자신을 형성하는 경험뿐이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이정표를 세워 두었다면 그곳에 대한 거리는 숫자가 ..
23.05.04 무거운 다리로도 뛰어지긴 하더라. 나는 차분해진 저녁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는 것을 좋한다. 하지만 저녁의 비 예보가 나를 햇빛 아래로 떠밀었다. 오늘따라 더 묵직해진 듯한 느낌은 뛰기 시작한 순간 사실로 드러났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일단 다리를 위로 들어야 하는데 도무지 땅이 발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상체로 하체를 겨우 잡아끌었다. 거의 500m마다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면 다시 못 나갈 것을 알기 때문에 계속해서 힘듦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매 걸음마다 멈추자 파와 계속가 파가 각각의 의견들로 몸을 설득했다. 계속가 파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분전했지만 매번 그렇듯 고통의 감소 만으로도 몸을 설득하기에는 충분했다. 맛있는 고기를 먹는 상상을 하며 열심히 사냥감을 좇는 원시인들의 모습들이 그려졌다. 현재의 사람들..
23.05.02. 버티는 게 제일 힘들다. 시작은 어렵지 않다. 언제든지 새로운 시작점은 세울 수 있다. 끝은 너무 쉽다. 밀어 올리지 않으면 떨어지는 공처럼 어느샌가 안장점을 찾아간다.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 많이 어렵다. 몸이 거부하는 것을 정신으로 끌고 가기에는 달릴 때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든 버티는 구간이 꼭 있는 것 같다. 거리가 정해져 있어도 끝나질 않을 것 같은 기분 속에 발 끝을 보며 아직 앞으로 가고 있음을 계속 상기시킨다. 예전에는 빠른 사람을 동경 했지만 이제는 버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버티기 위해서는 나 만의 속도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