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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뜀박질

23.05.04 무거운 다리로도 뛰어지긴 하더라.

 

나는 차분해진 저녁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는 것을 좋한다.

하지만 저녁의 비 예보가 나를 햇빛 아래로 떠밀었다.  

 

오늘따라 더 묵직해진 듯한 느낌은 뛰기 시작한 순간 사실로 드러났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일단 다리를 위로 들어야 하는데 도무지 땅이 발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상체로 하체를 겨우 잡아끌었다. 

거의 500m마다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면 다시 못 나갈 것을 알기 때문에 계속해서 힘듦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매 걸음마다 멈추자 파와 계속가 파가 각각의 의견들로 몸을 설득했다. 

계속가 파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분전했지만 매번 그렇듯 고통의 감소 만으로도 몸을 설득하기에는 충분했다.

 

맛있는 고기를 먹는 상상을 하며 열심히 사냥감을 좇는 원시인들의 모습들이 그려졌다.

현재의 사람들도 미래의 불확실한 희망을 진통제 삼아 현재의 고통을 버텨 나가는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참 역설적인 설계인 것 같다. 

 

아직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